생후 9개월, “안 돼!”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아기에게 경계가 필요한 시기
생후 9개월은 아기의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활발해지는 시기입니다. 배밀이, 기기, 붙잡고 서기 등이 가능해지며, 이제는 손과 발뿐 아니라 시선과 관심도 끊임없이 확장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집 안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을 입으로 가져가거나 열어보려 하고, 버튼을 누르고 문을 당기며 세상을 탐색합니다.
부모님은 어느 순간부터 “안 돼!”, “그건 위험해!”, “거긴 가면 안 돼!” 같은 표현을 반복하게 되며, 아기가 정말로 이 말을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이제부터는 단순한 보살핌을 넘어, 아기에게 적절한 경계와 규칙을 조금씩 알려주어야 하는 시기로 접어드는 것입니다.
아기는 “안 돼”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아기의 인지 발달 수준에서 보면, 생후 9개월은 아직 ‘지시’를 완전히 이해하고 판단하는 시기는 아닙니다. 그러나 감정과 어조, 표정, 분위기를 통해 메시지의 의미를 점차 느끼고 반응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부모님의 표정이 진지해지고 목소리 톤이 낮아지며 “안 돼”라고 말하면, 아기는 단어 자체보다는 그 감정적 분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실제로 많은 아기들이 “안 돼”라는 말에 잠깐 멈추거나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는 반응을 보이는데, 이는 ‘지금 뭔가 다르다’는 신호를 감지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이 반응이 곧 행동의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후 9개월 무렵에는 반복적인 메시지와 환경적 지원이 함께 이루어져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안 돼”는 얼마나 자주, 어떻게 써야 할까
이 시기의 아기는 아직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거나 논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합니다. 따라서 “안 돼”라는 표현을 너무 자주 사용하면 그 말이 지닌 경고의 의미가 희석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되거나, 오히려 무시하게 되는 경우도 생깁니다.
“안 돼”는 정말 위험하거나 즉각적으로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서만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전기 콘센트에 손을 대려 하거나, 위험한 물건을 입에 넣으려는 경우에는 단호한 어조로 “안 돼”라고 말하고, 즉시 행동을 멈추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때 아기의 손을 gently 제지하거나, 대체 활동으로 전환시켜 주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안 돼”라는 말만 반복하기보다는 “그건 위험해”, “이건 이렇게 해야 해”와 같은 설명을 덧붙여주는 것이 아기의 언어 이해력과 감정 조절 능력 발달에 더 도움이 됩니다.
행동보다는 환경을 먼저 바꿔주세요
생후 9개월 아기에게 올바른 행동을 학습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환경 조정입니다. 아기 손이 닿는 곳에 위험한 물건을 치우고, 유혹이 될 만한 요소는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자꾸 리모컨을 입에 넣으려 할 경우, 리모컨을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두고 대신 입에 넣어도 안전한 장난감을 제공해 주는 방식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자신의 행동이 금지될 때 느끼는 좌절을 잘 조절하지 못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꾸 제지하는 상황이 반복되면 정서적으로 불안해지거나, 부모에 대한 반발 심리가 강해질 수 있습니다. 가능한 한 아기의 행동을 막기보다는, 아기의 욕구를 안전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감정 조절력은 지금부터 시작
아기가 “안 돼”를 듣고 울거나 분노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반응입니다. 이 시기의 아기들은 감정을 언어로 표현할 수 없고, 자기 조절 능력도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좌절하거나 욕구가 차단되면 울음, 짜증, 바닥에 눕는 등의 방식으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이럴 때는 아기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무시하기보다는, “속상했구나”, “이거 갖고 싶었구나” 같은 감정 수용의 언어를 먼저 사용해 주세요. 그런 다음 “하지만 이건 위험해서 가지고 놀 수 없어. 대신 이걸 줄게”와 같이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님의 감정적 일관성과 반복된 설명은 아기의 자기 조절력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감정을 다루는 방식을 배우는 첫 단계는 바로 부모님의 태도를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
말보다 중요한 건 반복과 예측 가능성
생후 9개월 아기에게는 한 번의 설명보다 반복된 경험이 훨씬 더 효과적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일관된 반응을 보여주면, 아기는 점차 “이럴 때는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예측 가능성을 학습하게 됩니다. 예측 가능성은 아기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며, 행동을 조절하는 능력의 기초가 됩니다.
예를 들어 위험한 행동을 할 때마다 “안 돼”라고 말하고, 손을 gently 멈추게 하고, 다른 장난감을 제공하는 패턴을 일관되게 반복하면 아기는 점차 그 상황에서의 적절한 행동을 배우게 됩니다. 이는 훈육이 아니라 교육이며, 부정적인 감정 없이 질서를 배울 수 있는 긍정적인 방법입니다.
자율성과 경계 사이의 균형
이 시기의 아기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율성과 주도성을 강하게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 자율성을 존중해 주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동시에 안전과 규칙이라는 경계도 함께 알려주어야 합니다. 이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아기의 행동을 막기보다는 방향을 바꾸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서랍을 열고 자꾸 물건을 꺼내려할 경우, 위험하지 않은 물건을 담은 ‘놀이용 서랍’을 마련해 주면 아기는 자유롭게 탐색하면서도 안전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는 아기의 자율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경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좋은 방법입니다.
아직은 훈육보다는 안내
많은 부모님들이 “이 시기부터 훈육을 시작해야 하나요?” 하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생후 9개월 아기에게 훈육이라는 개념을 엄격하게 적용하기보다는, 안전한 행동의 방향을 안내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우선입니다.
훈육은 규칙을 정하고 지키도록 요구하는 것이지만, 이 시기의 아기에게는 ‘지속적인 반복’과 ‘안전한 탐색’, ‘감정 수용’이 더 필요합니다. 아직은 잘못된 행동을 교정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단계라고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부모님의 감정 관리
아기가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말을 듣지 않고 위험한 행동을 계속할 때 부모님도 당연히 지치고 화가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 아기는 부모의 말보다 감정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부모님의 감정이 격해질수록 아기의 불안감도 커지고, 행동이 오히려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잠시 숨을 고르고, 아기에게 너무 복잡한 기대를 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상황을 정리한 후, 차분히 다시 설명하고 반복하는 것이 오히려 아기의 반응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생후 9개월은 아기의 움직임과 인지가 빠르게 발달하면서, 부모의 경계 설정이 처음으로 필요한 시기입니다. “안 돼”라는 표현은 이제 아기에게 중요한 신호로 작용하지만, 단어 그 자체보다 감정과 반복, 일관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칩니다.
부모님은 이 시기에 훈육이라는 부담보다는, 아기의 자율성과 안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안내자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기의 행동을 부정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반복적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태도가 장기적으로 안정된 정서 발달로 이어지게 됩니다.
지금의 작은 갈등과 조율은 앞으로 아이가 세상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아주 소중한 연습입니다. 아기의 “모든 것에 손대기”가 지금은 버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성장의 확실한 징표라는 점을 기억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