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별 육아

11개월 행동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요?

육아가이드 2025. 7. 20. 20:30

부쩍 똑똑해진 것 같은 아기의 하루

생후 11개월에 접어든 아기는 눈에 띄게 ‘의미 있는 행동’을 보이기 시작합니다. 손을 뻗어 장난감을 가리키고, 입으로 흉내 낼 수 있는 단어를 조심스레 따라 하며, 기어 다니거나 붙잡고 일어나 방 안을 탐험합니다. 또한 누군가의 행동을 관찰한 뒤 비슷한 동작을 따라 하거나, 엄마의 반응을 살피며 행동을 조절하려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 시기의 부모님들은 자주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저 행동은 일부러 그런 걸까?”, “이제 의도를 갖고 무언가를 시도하는 건 아닐까?” 아기의 행동이 우연이 아니라 마치 목적과 계획을 갖고 이루어지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후 11개월의 아기는 과연 어떤 수준으로 ‘의도’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부모는 그런 행동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반응해야 좋을까요?

11개월 행동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의도 있는 행동, 가능할까요?

생후 11개월은 의도적 행동이 서서히 구체화되는 시기입니다. 신체 조절 능력이 발달하면서 목표 지향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지고, 동시에 뇌 발달이 활발히 이루어지며 목적을 가지고 계획을 세우는 초기 단계로 진입합니다. 다시 말해, 단순한 반사나 충동이 아닌 ‘무언가를 하기 위해 이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서서히 깃들기 시작하는 시기입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장난감을 손에 쥐고 바닥에 떨어뜨린 뒤, 부모의 얼굴을 바라보며 반응을 살피는 행동은 단순한 놀이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 행동은 “이걸 떨어뜨리면 엄마가 어떻게 하지?”와 같은 기대와 궁금증에서 비롯됩니다. 아기는 이제 행동의 결과를 인식하고, 그 결과가 사람과 연결된다는 점을 점차 이해해 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일상 속 ‘의도 있는 행동’의 예시들

이 시기의 아기는 하루에도 수십 번, 아주 짧은 단위로 행동과 결과를 연결하려는 시도를 반복합니다. 다음은 생후 11개월 아기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의도적 행동의 예시들입니다.

 

엄마의 시선을 끌기 위해 일부러 큰 소리를 내거나 물건을 떨어뜨리는 행동

먹기 싫은 음식을 밀어내며 “안 먹겠다”는 의사 표현

특정 장난감을 가리키며 그것을 달라는 요청

싫은 상황에서 몸을 뒤틀거나 고개를 젖혀 의사 표현하기

다른 아이의 장난감을 가져가려는 시도

 

이러한 행동은 모두 명확한 감정과 목적을 반영합니다. 물론 아직 언어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아기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말 안 듣는 행동’이나 ‘버릇’으로 치부하기보다는, 아기가 어떤 마음을 담고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시도가 중요합니다.

 

부모의 반응이 중요한 이유

생후 11개월은 아기가 점차 자신의 행동이 환경과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배워가는 시기입니다. 이때 부모의 반응은 아기의 인지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기가 특정 행동을 했을 때 부모가 어떤 식으로 반응하는지를 통해, 아기는 세상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형성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기가 장난감을 바닥에 던졌을 때, 부모가 화를 내거나 무시하는 대신 “어떻게 됐는지 보고 싶었구나?”, “떨어지니까 큰 소리가 났지?”와 같은 언어적 반응을 보여주면, 아기는 ‘행동-결과-의미’의 연관성을 조금씩 배워갑니다. 이는 단지 놀이를 넘어, 사고력과 언어 발달에 긍정적인 자극이 됩니다.

 

또한, 아기의 부정적인 행동에 대해서도 반응의 방향이 중요합니다. 단순히 “안 돼!”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것보다, 왜 그런 반응이 필요한지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그건 위험하니까 만지면 안 돼. 대신 이 장난감으로 놀아볼까?”처럼 말이지요.

 

감정과 의도, 둘 다 이해해야 합니다

아기의 행동을 해석할 때 가장 흔한 오해는, 모든 행동을 ‘훈육’의 대상으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생후 11개월의 아기는 여전히 감정 조절 능력이 매우 미숙한 상태입니다. 무언가를 시도하거나 탐색하고자 하는 ‘의도’는 존재하지만, 그 의도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방식으로 표현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럴 때 부모는 아기의 의도를 읽어주고, 동시에 감정을 진정시켜 줄 수 있어야 합니다. “하고 싶은 게 있었구나. 그런데 엄마가 못 알아들어서 속상했지.”와 같이 말하며, 아기의 감정을 인정하고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감정이 진정되어야 아기도 부모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고, 다음 행동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놀이를 통해 의도 표현을 연습

아기의 의도적 행동은 놀이 속에서 자연스럽게 확장됩니다. 부모와의 상호작용 놀이, 간단한 역할 놀이, 모방 놀이 등은 아기의 목적의식과 표현 능력을 키우는 데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공을 굴리며 “공이 어디로 가나 볼까?”라고 말하거나, 인형을 먹이는 척하며 “우리 토끼도 밥 먹을까?” 하고 말을 건네면, 아기는 놀이 안에서 행동과 의도의 연결고리를 익혀갑니다.

 

아직 언어가 서툰 아기에게는 손짓, 눈짓, 표정도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입니다. 부모가 이에 주의 깊게 반응해 주면, 아기 역시 자신이 ‘이해받고 있다’는 경험을 통해 더 많은 시도와 표현을 하게 됩니다.

 

의도적 행동을 통한 성장의 신호

생후 11개월은 아기의 행동이 점차 자율적이고 의미 있게 변해가는 시기입니다. 이제 단순한 반응적 존재가 아니라, 세상에 영향을 주고자 하는 ‘주체적인 사람’으로 첫걸음을 내딛는 것입니다. 부모가 이러한 변화를 인지하고 민감하게 반응해 준다면, 아기는 자신의 존재감을 인식하고, 더 깊이 있는 관계 속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아기가 바라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반응입니다. 어떤 행동이든 그 이면에 숨은 의도와 감정을 알아봐 주는 태도는 아기의 내면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만들어 줍니다.

 

생후 11개월의 아기는 단순한 반사 행동을 넘어서, 점차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표현하는 시기로 접어듭니다. 이 시기 부모의 역할은 아기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말로 풀어주며, 감정을 수용하는 데 있습니다. 의도 있는 행동은 곧 성장의 신호이며, 부모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그 가능성은 더 넓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서툴지만, 아기는 조금씩 자신의 뜻을 펼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 여정에 함께하며, 천천히 기다려주는 부모의 마음이야말로 아기에게 가장 큰 힘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