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별 육아

생후 13개월 : 자율성과 좌절의 경계

육아가이드 2025. 7. 23. 15:00

걷기 시작하며 달라지는 세계

생후 13개월에 접어든 아이들은 대부분 걷기를 시작하거나 걷는 연습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몇 걸음 뒤뚱거리며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감동과 동시에 걱정을 함께 느끼게 됩니다. 이전에는 부모의 품이나 팔에 의존했던 아기가 이제는 스스로 움직이며 더 많은 것을 탐색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 시기의 걷기는 단순한 신체 발달을 넘어서 아이의 정서, 인지, 사회성 발달에 커다란 영향을 미칩니다. 움직임을 통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만지고 시도하게 되며, 동시에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율성의 감각이 자라납니다. 이러한 자율성은 긍정적인 자아 형성의 기초가 되지만, 동시에 그 자율성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좌절과 감정 폭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생후 13개월 자율성과 좌절의 경계

 

고집과 떼쓰기의 시작

13개월부터는 아이가 ‘싫다’는 감정을 보다 명확하게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입고 싶은 옷이 아니면 몸을 비틀고, 하고 싶지 않은 일에는 울거나 버티는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동안 순응적이던 아기가 갑자기 까다로워진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정상적인 자율성 발달의 일부로, 아이가 자신만의 의사와 취향을 갖기 시작했다는 신호입니다. 아이는 아직 언어로 충분히 설명하거나 타협할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이나 욕구가 좌절될 때 떼쓰는 방식으로 반응할 수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감정 표현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며, 아이가 ‘감정을 표현해도 되는’ 안전한 환경에서 성장하고 있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율성과 안전 사이의 조율

이 시기의 아이는 걷기, 기어오르기, 열고 닫기, 끌기 등의 행동을 통해 주변을 탐색하며 배우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자유로운 탐색을 허용해야 하지만, 동시에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너무 과잉 통제하면 아이의 호기심과 시도가 줄어들고, 너무 방임하면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모는 물리적 환경을 아이 중심으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날카로운 모서리 보호대, 문 잠금장치, 콘센트 커버 등을 통해 위험 요소를 줄이고, 아이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세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항상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도, 아이가 스스로 해보는 경험을 존중해 주는 태도입니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배우는 시기

13개월 아이는 아직 많은 말을 하지는 못하지만, 주변의 말을 이해하고 따라 하려는 능력이 급격히 향상됩니다. 또한 말보다 몸으로 배우는 것이 더 많은 시기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말투, 행동, 감정 표현 방식이 그대로 아이에게 흡수되기 때문에, 언어 교육보다 먼저 중요한 것은 부모의 ‘모델링’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장난감을 던졌을 때 “안 돼!” 하고 크게 소리치는 것보다는 “장난감은 바닥에 놓는 거야. 다시 해볼까?”라고 말하며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일관된 태도로 일상의 규칙을 보여줄수록, 아이는 자연스럽게 규범과 질서를 내면화하게 됩니다.

 

감정 폭발,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 시기의 아이는 좌절에 대한 인내심이 아직 거의 없으며, 순간적인 감정에 쉽게 휘둘립니다. 원하는 장난감을 못 받았을 때, 활동이 갑자기 중단되었을 때, 부모가 안아주지 않을 때 등 여러 상황에서 울고 소리 지르고 바닥에 드러눕는 등의 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이러한 감정 폭발을 ‘나쁜 행동’으로 보지 말고,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다루는 법을 배우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아이를 진정시키려 애쓰기보다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많이 속상했구나. 엄마(아빠)가 여기 있어.”라는 말은 아이에게 큰 안정감을 줍니다. 감정을 가라앉힌 후에야 아이는 상황을 이해하고 다음 행동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놀이와 학습의 연결

13개월 아기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며, 놀이가 곧 학습인 시기입니다. 블록 쌓기, 소리 나는 장난감, 간단한 그림책 넘기기 등 손과 눈의 협응이 필요한 활동을 통해 인지 발달이 촉진됩니다. 부모가 함께 놀이에 참여하면서 이름을 불러주고 상황을 말로 표현해 주면, 언어 능력 또한 빠르게 자라납니다.

 

또한 이 시기 아이는 놀이를 반복하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고, 같은 행동을 계속하려는 것은 단순한 고집이 아니라, 반복을 통해 세상의 규칙과 결과를 학습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부모는 지루함을 느끼더라도, 아이가 원하는 반복을 수용해 주고 의미를 부여해 주는 태도를 갖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의 육체적 피로와 감정적 소진

아이의 움직임이 늘어나고 요구가 많아지면서, 부모의 피로도 함께 증가합니다. 특히 돌을 지나면 ‘한숨 돌릴 수 있겠다’고 기대했던 부모일수록, 여전히 지속되는 수면 문제나 분리불안, 감정 폭발 등에 당혹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이 시기의 부모는 신체적 피로뿐 아니라, 감정적 지지와 회복이 절실합니다. 아이의 자율성과 좌절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부모 자신도 감정을 조절할 여유가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휴식과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부부가 역할을 나누거나, 가족이나 지인을 통한 짧은 돌봄의 시간이라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인 육아 지속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변화하는 육아의 중심축

13개월은 단지 아이의 변화만이 아닌, 육아의 중심축이 달라지는 시기입니다. 이전에는 아기의 요구에 반응하고 보호하는 것이 주였다면, 이제는 아기의 자율성을 지켜보며 방향을 제시하고 환경을 조율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부모의 개입이 줄어들되, 아이의 행동을 세심히 관찰하고 시의적절하게 반응하는 ‘조율자’의 역할이 중요해집니다.

 

무엇보다 이 시기를 겁내지 않고 아이와 함께하는 새로운 리듬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완벽한 육아보다는, 일관되고 따뜻한 태도로 아이의 성장에 발맞추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