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령별 육아

생후 15개월 : 정서 폭발과 부모의 감정 조율

육아가이드 2025. 7. 25. 15:58

감정 표현이 더욱 강해지는 시기

생후 15개월의 아이는 말과 행동뿐 아니라 감정 표현에서도 큰 변화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는 ‘정서 폭발’이라고 불릴 만큼 감정이 격렬하게 표현되는 순간들이 많아집니다. 분노, 슬픔, 좌절, 기쁨 등이 하루에도 수차례 바뀌며, 특히 좌절감이나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 울고 소리를 지르거나 바닥에 드러눕는 등의 행동이 자주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는 전혀 이상하거나 문제가 있는 행동이 아니라, 정서 발달의 자연스러운 과정입니다. 아이는 아직 자신의 감정을 언어나 사고로 충분히 조절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정을 있는 그대로 격하게 표출하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이러한 감정 폭발을 ‘버릇’이나 ‘고집’으로 해석하지 않고, 성장 과정의 일부로 이해하며 반응해 주는 태도입니다.

생후 15개월 정서 폭발과 부모의 감정 조율

언어 이전의 감정 소통

15개월 아이는 기본적인 단어 몇 개를 사용하거나, 단어 대신 억양과 손짓, 표정으로 의사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아직 감정의 복잡한 뉘앙스를 전달할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는 배고픔과 피로, 지루함, 불안함 같은 서로 다른 감정을 모두 울음이나 떼쓰기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부모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 파악하기 어려워 지치거나 당황하게 됩니다.

 

이 시기에는 아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며 그 이면의 감정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아이가 자주 짜증을 내는 시간이 일정하다면, 수면 부족이나 배고픔, 과한 자극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상황에 따른 반응 패턴을 이해하면, 감정 폭발을 사전에 예방하거나 완화시킬 수 있습니다.

 

‘자기 뜻대로 하고 싶다’는 욕구의 확대

이 시기의 아이는 단순한 감정 표현을 넘어서, 자신의 의지를 분명히 나타내기 시작합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울고 떼를 쓰는 행동은 이제 단순한 불편의 표현이 아니라, 의도된 의사 표현일 수 있습니다. “내가 이걸 하고 싶다”, “그건 싫다”는 자기주장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는 것입니다.

 

이러한 행동은 아이가 스스로를 독립된 존재로 인식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며, 매우 건강한 성장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의 떼쓰기나 반항처럼 보일 수 있고, 육체적·정서적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는 상황이 자주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아이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일관된 규칙과 한계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계를 설정하는 법 배우기

정서 폭발이 잦은 이 시기에는 아이가 감정적으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부모가 일관성 있는 양육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이는 어른과 달리 감정 조절이 미숙하기 때문에, 세상에 명확한 기준이 있고 그 안에서 움직일 수 있을 때 심리적으로 더 편안함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어떤 행동이 허용되고 어떤 행동은 안 되는지를 명확히 설명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장난감은 놀고 나면 제자리에 두는 거야”, “밥 먹을 땐 의자에 앉아서 먹자”와 같이 짧고 반복적인 문장을 통해 아이는 규칙의 존재를 익히게 됩니다. 단, 한계를 설정할 때에는 큰 소리나 위협이 아니라, 평온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말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감정 조율의 기초를 쌓는 시기

15개월은 감정을 폭발시키는 시기인 동시에, 감정을 조율하는 능력의 기초를 배우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 혼자서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아직 어렵지만, 부모의 반응과 태도를 통해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점차 배워가게 됩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먼저 인정해 주는 태도를 보여야 합니다. “속상했구나”, “그게 하고 싶었는데 안 돼서 화났지” 같은 말은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고 있다고 느끼게 합니다. 이런 경험을 반복하면서 아이는 스스로 감정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결국 부모의 따뜻하고 안정적인 반응이 아이의 정서 발달에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수면과 감정의 관계

이 시기의 감정 기복은 수면 습관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낮잠이 줄거나 수면 시간이 불규칙해질 경우, 아이의 짜증이나 떼쓰기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15개월은 수면 리듬이 다시 한번 변화하는 시기로, 어떤 아이는 하루에 두 번 낮잠을 자고, 어떤 아이는 한 번으로 줄어들기도 합니다.

 

부모는 아이의 하루 일과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가장 안정적인 수면 리듬을 찾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충분한 수면은 정서 조절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짜증이나 울음의 빈도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이와 더불어, 수면 전 루틴을 마련해 주는 것도 안정감을 주는 데 효과적입니다.

 

놀이를 통한 감정 해소

15개월 아이에게 놀이란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 시기 아이는 놀이를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하는 능력을 키워갑니다. 예를 들어, 인형을 때렸다가 안아주는 놀이를 통해 아이는 ‘화’와 ‘위로’라는 감정을 경험할 수 있고, 블록을 무너뜨리고 다시 쌓으면서 성취감과 좌절감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놀이에 참여할 때, 아이의 감정 흐름을 함께 느끼고 반응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놀이 중 아이가 무언가에 화를 낸다면 “이게 안 돼서 속상했구나”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감정을 이해받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런 작은 상호작용이 쌓이면서 아이는 점점 더 복잡한 감정을 인식하고 다루는 힘을 갖게 됩니다.

 

부모의 감정 관리도 필요합니다

아이의 정서 폭발이 잦아질수록 부모의 인내심도 한계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짜증과 피로가 누적될수록 아이의 감정을 공감해 주기보다는 억누르거나 훈계하려는 반응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시기의 부모 감정 조율은 아이의 정서 발달과 직결되기 때문에, 부모 자신도 감정적인 여유를 유지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모는 자신의 피로와 감정을 인식하고, 가능한 짧은 시간이라도 휴식이나 심리적 거리를 두는 방식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짧은 산책, 혼자 있는 시간, 지인과의 대화, 혹은 단 몇 분간의 조용한 커피 한 잔이 부모의 감정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잘 받아주기 위해서는 먼저 부모의 감정이 안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감정 훈련의 시작점

15개월은 말보다 감정이 먼저 나오는 시기입니다. 그리고 그 감정을 다루고, 조절하며, 이해받는 첫 경험이 아이의 평생 정서 기반을 만들게 됩니다. 이 시기를 지나며 아이는 자신이 느낀 감정이 어떤 것이며, 그 감정이 어떻게 표현되고 다루어지는지를 부모를 통해 배웁니다.

 

따라서 지금은 아이를 훈육하거나 가르치기보다는, 감정을 다루는 법을 함께 연습해 나가는 시기입니다. 감정 폭발이 거세게 느껴질수록, 부모의 차분하고 일관된 반응이 그 어떤 교육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습니다.